이응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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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전시

이응노미술관 과거 전시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2021 아트랩대전

김재경의 도 량 형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연구사 김복수

 

그간 김재경 작가의 작업의 대부분의 조형 작업들은 사람과 일상들에 관련되거나 밀접한 작업들이다. 작업들을 살펴보면 우리 전통 소반을 아크릴로 만든 작업부터 소반의 테두리 장식을 거울 프레임으로 응용한 작업 또는 의자의 형태를 변용하여 사람을 가두는 기능으로 제작된 입체 설치작업 등 실로 다양하게 전개해 왔다. 김재경의 작업은 디자인의 개념과 현대미술의 설치 개념의 양자를 오가며 아이디어와 개념적 생산에 천착해온 작가이다. 최근 다양한 실천적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데, 추상적 이미지를 실용적인 사물에 붙여 개념화하는 작업부터 실용적인 사물을 실용으로부터 해체하거나 변용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스스로 변환의 과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렸다.

 

이번 새롭게 진행하는 길이, , 무게를 재는 도량형이라는 주제는 그가 최근의 개념으로 도입하면서 전환적인 작업으로 실험하고 있다. 이 주제는 사찰에서 불도를 수행하는 법회나 장소를 일컫는 도량道場과 음절의 유사함으로 인하여 아이디어로서 작업 수행에 몰입하였다고 한다. 이에 도량道場에서 도량형度量衡으로 튀어 오름 Elan Vital’의 개념은 법당 안 의식의 수행적 지점과 어떤 물질적 단위를 측정한다는 계산적인 측면의 융복합의 기이한 접속이 어떤 개념적 지점과 형태로 이어졌던 계기로 보인다. 이에 한옥 사찰의 오랜 시간 무른 듯 단단한 건축적 형태감과 담담한 크기, 소탈한 배치, 안과 밖의 자연스러움은 부드러운 물질과 유연한 선이 모아져 이번 작업에 기용되었다. 이렇게 이번 작업들은 유기적으로 기하학적인 패턴들을 소환하고 변용시켜서 아주 가볍고 산뜻하며 모던한 카테고리 안에서 작업을 구현해내고 있다. 먼저 제작과정을 보면 합판에 설계된 드로잉을 따라 얇게 나무를 켜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붙여 제작한 입체작업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둥근 원통과 사각형 틀에 구부러진 선들로 연결한 이 구조물의 작업들은 건축적인 공간을 축소시킨 모형으로 보여지기도 하며, 가구나 조명 같은 기구를 위한 간이 모형처럼 보일 정도로 단순한 구조로 제작되었다. 이렇게 구조적이면서도 연약하고 가벼운 혹은 모호한 추상적이거나 기하학적인 형태의 추구는, 그가 오랫동안 디자이너로서 갖춘 조형적 감각을 무기로 사회적으로 가지고 놀았던범용의 일상에서 비롯된 작품들로 보여 흥미로웠다.

 

이에 그가 일상적으로 늘 흠모하며 작업적 핵심 개념으로 생각했던 전통과의 조우는 다시 반전의 개념으로서 이번 작업으로 기용되었다. 전통적 미터법인 도량형을 소환하면서 작업의 변환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작업은 앞으로 긴 호흡으로 디자이너로서 또는 작가로서 흥미롭게 꾸려갈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도 잠시 기술하였듯이 최근 산책을 하다가 만난 어느 산사의 도량을 보면서 떠오른 작업적 아이디어이기도 한 이 주제는, 도량형 미터법을 이미지의 대상을 제도하여 조형하는 작업으로 그간 진행해온 모든 작업의 전반적 맥락의 구심적 개념이면서 오랫동안 아이디어로 조형하거나, 해석했던 작업을 해체해보는 대상 없는 시뮬라크르이기도 하여 신선하다. 또 김재경의 이번 작업들은 한국인 전통적 패턴들을 기용하며 해석하는데 목적이 있기도 하다. 따라서 도량형은 김재경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서 드러내려는 중요한 핵심적인 지점이기도 한데 표준이라는 엄격함과 반대로 알 수 없는 모호함, 안과 밖의 경계와 규준, 양과 질 더 나아가 우리에게 이미 길들여진 한국성을 이루는 이미지와 타자로서의 이미지들의 충돌하기 등 이분법적인 배치와 경계를 와해시키고 허무는 것이 작업의 기조로서 작동되는 것이다. 또 그것으로 인해 그 속 공유된 개념들을 향후 지속적인 작업으로 이번 전시에서 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전적으로 도량형은 길이·부피·무게 및 이를 측정하는 도구인 자((저울() 등을 말한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일상에서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었기 때문에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도량형의 사용이 시작된 지점과 이에 대한 사용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와 해답은 없지만, 인류가 어느 시점부터 여러 가지 사물을 수량적으로 파악하였을 것으로 선보인 지혜적인 개념이다. 이렇게 수와 양의 개념을 병행하여 사용한 것은 필요의 지혜에서 비롯되었을 것이지만, 대단히 오랜 기간 서서히 이어온 사물의 측정하는 계량법이자 어떤 사물의 이미지를 거래하는 일종의 커뮤니티의 기호이며 약속이기도 하다.

 

다시, 김재경의 이번 전시되는 작업들 보자. 먼저 전시장 가운데 설치된 작품 <무덤-그릇> 은 둥근 그릇 형태를 모듈로서 크기 별로 나란히 배치한 설치작업이다. 엎어놓은 그릇의 둥근 모양을 전통적 무덤의 이미지로 접속하여 정신적인 부피와 무게의 경계를 은유하고 있다. 이는 앞서 기술하였듯이 일상의 사물들 속 이미지의 경계와 반전은 오히려 원본의 대상성에 대해 묻는 이것은 그릇(무덤)이 아니다라는 텍스트적 반전의 의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여 죽음이 묘사될 수도 혹은 삶이 욕망될 수도 있는 타자성이 스며든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벽면에 걸린 이응노 화백의 <산수> 작품을 나무로 마름질한 작업 또한 그림을 형태로 번안한 작품으로서 원본 이미지의 대상성을 위트로 풀어낸 또 하나의 조각으로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또 다른 작품 <보관함>은 갓함을 해석하여 건축적인 형태로 제작된 작품으로서, 사물의 형태를 그대로 제작한 형태에서 차용한 오브제로, 견고한 면과 부피를 덜어내고 기하학적인 구조와 얇은 종이 막만 드러낸 건축적인 모티브가 들어간 작업이다. 이는 전통적인 대상을 해체하고 새로운 건축적 이미지로 접속하며 만들어낸 개념적 혼융의 결과라고 볼 수 있어 다음 작업의 모티베이션이 될 수 있겠다. 이에 이어지는 도량형 개념으로 제작한 건축 도면에서 문의 여닫는 이미지 부분을 해석한 작업과 한국적인 선을 기용한 조명 작업의 해석도 이 범주에서 읽을 수 있겠다.

 

김재경 작가의 최근 작업의 전체적인 외형은 단순한 선과 면으로 조합한 조형물로 제작되어 미니멀리스트들의 작업과 닮아 있다. 어쩌면 도량형이라는 주제가 미니멀한 외형을 따른 절대적 시간을 부연하거나, 논리성, 질서, 보편성, 필연성 같은 모더니스트들의 중심적 텍스트일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 주제는 절대적 시간성이나 대상화로 작업으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더 찰나적이고 가변적이며 시간적인 이미지로 잠재적인 가능태로서 치환하려는 것이다. 완결되지 않은 이미지의 모호함ambiguity’불확실함 uncertainty’은 늘 다른 가능성을 환기시키는 힘으로 새로운 이미지의 연쇄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미의 다발적인 산종으로 인해 관람하는 타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작품을 어떤 열린 해석으로 놓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 작업으로 개시하는 도량형주제가 모든 작업의 모티브로 작동되면서 타자가 참여하며 열린 해석으로 다차원의 작업들이 발견될 것으로 점철된다.

 

마지막으로 작가 홍명섭의 말처럼 나는 나의 바깥에서 만들어진다.’라는 외부 사유로 정의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가령 바퀴는 신발과 접속하면 롤러블레이드 같은 놀이기구가 되지만, 수레와 접속하면 운송수단이 되고, 대포와 결합하면 무기가 된다. 놀이기구, 운송수단, 무기는 전혀 다른 본성을 갖는다. 이 경우 바퀴라는 다양체는 접속하는 외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본성을 갖는 것처럼 차이의 생성은 그것의 외부에 의해 정의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에 나를 만드는 건 내가 아니라 내 바깥이라는 것으로 주체()는 언제나 바깥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관이여서 고유한 본성들이 늘 생성된다. 이에 이번 김재경의 도량형의 작업들은 새로운 개념으로 출발하는 것만큼 바깥의 타자들과 구조적으로 접속하고 새로이 구성되며 타자들을 흔드는 가장 핫한 그만의 색깔로 출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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