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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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예정

이응노미술관 예정전시 내용을 소개합니다.
70년만의 해후: 이응노와 박승무

《70년 만의 해후: 이응노와 박승무》는 한국이라는 공간과 20세기 격변의 시대를 공유한 두 화가가 교류한 예술적 교감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동양화의 현대성을 꾀하며 고군분투한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1904~1989)와 전통회화를 고수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한 심향 박승무(深香 朴勝武, 1893~1980)는 서로를 정신적으로 존중하던 사이였으나 작품 성향은 다르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비교 감상해 보고자 기획하였다.

 

  2022년 이응노연구소는 기록화 사업인 ‘아카이브로 보는 이응노와 대전’을 통해 이응노와 동양화 6대가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박승무가 교류한 사실을 재조명했다. 인연의 시작과 계기는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당시 전주에서 간판점인 개척사를 운영하던 이응노는 개척사 내에 ‘심향선생화회 사무소’를 두고 1934년 7월 전주에서 박승무의 《심향화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도왔으며, 박승무는 이에 대한 감사로 이응노에게 그림 <천첩운산>을 선물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서울과 전주를 오간 서신의 내용을 살펴보면 열한 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이들은 젊은 청년 예술가로서 서로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지지하는 사이였음을 알 수 있다. 그 후에도 1945년 덕수궁에서 열린 《해방기념문화축전미술전》을 비롯해 각종 단체전에 함께 참여했던 기록과 목포에서 합작도를 제작한 사실은 두 화가의 만남뿐 아니라 광복 이후, 해방공간에서 미술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동양화단의 움직임과 그 의미를 주지시킨다.

 

  두 화가의 교류를 되짚어 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의 회화에서 나타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 충청남도 홍성 출신의 이응노와 충청북도 옥천 출생의 박승무는 서울을 비롯해 전주, 대전, 목포 등지를 유랑하며 작업 활동을 펼쳤고 말년에는 각각 파리와 대전에 정착해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이응노와 박승무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자연에 대한 천착은 두 화가의 자연을 향한 긍정적 태도와 이러한 시선에서 투영된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조화로운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은 초기에 스승을 찾아가 배우는 방식인 도제식(徒弟式) 교육을 받았지만 이러한 배움의 단계를 넘어 숙련기에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점차 모방과 관념적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의 풍경과 사물을 스케치하는 사생(寫生)에 심취한다. 여기에서 더 발전해 이응노는 자유분방한 운필의 역작을, 박승무는 찬찬하고 고매한 품격을 그림에 담아낸다.

 

  이응노와 교류한 화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려는 이응노미술관의 노력은 미술사적 관점에서 그가 한국 동서양 화단에 끼친 영향과 가치를 탐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70년 만의 해후: 이응노와 박승무》 전시에서 재회한 이응노와 박승무, 두 거목(巨木)의 붓 끝에 투영된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박승무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여러분을 두 분의 전람회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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