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지원 프로젝트
10번째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에 모인 세 명의 작가들은 모두‘경계’에 대해 고민한다. 과거와 현재, 지금과 그때, 이곳과 저곳, 산 자와 죽은 자- 이들은 그 사이에 놓인 틈에서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강욱 작가는 종이라는 평면적 매체 위에 이질적인 시간성과 지리성을 갖는 레퍼런스를 병치하며, 이를 유머러스한 조형 언어를 통해 구사하여 다중적인 의미망을 생성한다. 박효정 작가는 사적 기억의 집합체인‘집’을 조각하고, 이들을 조립해 하나의 공동체적 구조인 마을로 확장시킨다. 이 과정은 작가는 사적 기억의 흔적을 어루만지는 동시어 그것이 지닌 세대적, 사회적 서사로의 확장 가능성을 지시한다. 한편 이시온 작가는 자연물에 내재된 생명의 순환성과 시간성을 탐구하며,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 삶의 보편적 성질을 사유하고자 한다.
이 세 작가는 보쉬르센(Vaux-sur-Seine)이라는 낯선 지역에서 각자의 작업적 경계를 실험하고 재설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강욱은 기존의 작업이 내포하고 있던 다양한 인용의 방식을 더욱 응축하고 정제하는 방식을 고민하였다. 박효정은 자신 내면의 감각에 집중하던 태도에서 나아가, 타인의 감각을 포괄하는 새로운 팔레트를 고안하고자 했다. 그런가 하면 이시온 작가는 유럽의 자연환경이라는 새로운 풍경 속에서 개별 생명의 위치를 사유하고, 이를 시각 언어로 구현하는 방법을 고심했다.
경계는 고정된 실체라기보다는 역동적인 구조이다. 그것은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형성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해체된다. 경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나’와‘타인’, 이쪽과 저쪽을 향한 우리의 시선과 태도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처음 마주한 도시, 지구 반대편의 낯선 파리에서, 세 작가는 이곳과 저곳, 과거와 현재, 같음과 다름, 현실과 상상의 그 마술적인'사이'에 대한 예술적 고민을 이어 나갔다.
